치카픽 만들기

견적서를 받고 결정하기까지, 그 사이는 누가 도와주나

chikapick 2026. 9. 4. 20:50

치과 서비스를 만들면서 시장을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가격을 비교해 주는 곳이 있었고,

병원을 찾아주는 곳이 있었고,

예약을 대신해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구간만 비어 있었습니다.

 

견적서를 받은 다음부터, 치료를 결정하기 전까지.

 

이 구간은 온전히 환자 혼자입니다.

종이 한 장을 들고 집에 돌아가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항목들을 보며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짜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치카픽의 견적서 풀이는 그 자리를 메우려고 만든 기능입니다.

왜 이 구간이 비어 있었나

기존 서비스들이 집중한 곳은 대체로 치과를 찾기 전입니다.

어디가 싼 지, 어디가 가까운지, 어디가 후기가 좋은지. 여기까지는 도와주는 곳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약이 잡히면 서비스의 역할이 끝납니다.

 

이유는 짐작이 갑니다.

이 앞 구간이 돈이 되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병원가야 진료비가 발생하니까요.

반면 견적서를 받은 뒤는 아무런 수익이 나지 않는 구간입니다.

이미 병원에 갔고, 이미 상담이 끝났습니다.

여기서 환자를 도와도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치과를 고르는 것보다, 받아 든 견적서를 이해하는 게 훨씬 어렵습니다.

견적서는 원래 읽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치과 견적서

 

이건 치과가 불친절해서가 아닙니다.

견적서는 애초에 진료 기록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처치를 어느 부위에 몇 개 하는지를 정확하게 적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전문 용어가 들어갑니다.

  • 치식 번호로 표기된 치아 위치
  • 재료명과 규격
  • 처치별로 나뉜 항목
  • 급여와 비급여가 섞인 구조

쉬운 말로 풀어 쓴 견적서도 있습니다.

그런데 풀어 써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용어를 한글로 바꿔도, 그게 왜 필요한 항목인지는 여전히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진료실에서는 설명을 들었을 겁니다.

 

문제는 그 설명이 말로만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집에 오면 사라집니다.

그래서 픽이가 하는 일

견적서 풀이 기능

 

치카픽에는 '픽이'라는 AI 덴탈비서가 있습니다.

 

치과에서 받은 견적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그 안에 적힌 내용을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풀어줍니다.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 각 항목이 어떤 치료인지 설명
  • 어려운 치과 전문 용어를 일상어로 번역
  • 견적서에서 다시 확인하면 좋을 부분 안내
  • 다음 상담에서 물어보면 좋을 질문 정리

사진 한 장만 올리면 됩니다. 타이핑할 필요도, 항목을 하나씩 입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진료실을 나와 대기실에서 찍어도 되고, 집에 와서 찍어도 됩니다.

이 기능을 처음 떠올린 장면

제가 담당하던 지역에는 어르신 환자분이 많았습니다.

어르신이 진료실에서 설명을 듣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자녀에게 전달하려는 순간 막힙니다.

"임플란트를 몇 개 한다는데, 뭐 뼈를 어떻게 한다고 했나."

 

자녀는 이해가 안 되니 치과로 전화를 겁니다.

데스크 실장님이 수화기를 붙잡고 처음부터 다시 설명합니다.

그래도 완전히 전달되지 않으면, 다음 방문에 자녀가 함께 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같은 설명이 반복됩니다.

이 장면을 정말 수도 없이 봤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보를 받은 사람과 결정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겁니다.

 

치과 치료는 비용이 크고 기간이 깁니다.

그래서 혼자 결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의 임플란트는 자녀와 상의하고, 아이의 교정은 부부가 함께 정합니다.

그런데 설명은 진료실에 있던 한 사람만 들었습니다.

나머지는 전달받은 이야기로 판단해야 합니다.

전달 과정에서 정보가 빠지는 건 당연합니다.

 

견적서 풀이가 있으면 이 구조가 달라집니다.

 

어르신이 사진 한 장만 찍어 오시면, 자녀가 화면을 보며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억에 의존한 전달이 아니라 기록을 함께 보는 방식이 됩니다.

그리고 저장됩니다

이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풀이된 내용은 앱 안에 남습니다.

 

언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비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왜 이게 필요한가 하면, 치과 치료는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플란트는 몇 달, 교정은 몇 년입니다.

그 사이에 처음 들은 설명은 흐려집니다. 그리고 몇 년 뒤 다른 치료를 받게 되었을 때, "그때 뭘 넣었더라"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결제 문자를 거슬러 올라가거나, 예전 병원에 전화를 겁니다.

 

치과를 옮기게 되는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사를 가거나, 진학하거나, 취업하면서 병원이 바뀌는 일은 흔합니다. 그때 지난 기록이 있으면 새 치과에서도 훨씬 수월합니다.

 

한 번 이해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건 견적 검토가 아닙니다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두겠습니다.

픽미는 견적서에 적힌 내용을 설명합니다.

그 견적이 적정한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 항목은 불필요해 보인다", "이 가격은 비싸다" 같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진단도 하지 않고, 특정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도 결정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필요 여부를 판단하려면 그 사람의 구강 상태를 봐야 하는데, 견적서 종이 한 장에는 그 정보가 없습니다.

그래서 픽이의 마지막 출력은 답이 아니라 질문 목록입니다.

  • "이 금액에 어떤 부품과 재료가 포함되어 있나요?"
  •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은 무엇인가요?"
  • "제 조건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이 있나요?"

이 질문들을 들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시라는 겁니다. 판단은 그 자리에서, 대면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기능이 치과에도 손해가 아닌 이유

환자 편의 기능처럼 보이지만, 저는 치과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반복 설명이 줄어듭니다.

데스크에서 같은 내용을 세 번 네 번 설명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그 시간이 다른 일로 갑니다.

 

둘째, 상담의 질이 올라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는 환자에게는 표준적인 안내밖에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고 오는 환자와는 훨씬 깊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셋째, 설명을 잘하는 곳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치과가 비교당하는 기준은 사실상 가격 하나였습니다.

성실하게 설명하는 곳일수록 억울해지는 구조였습니다.

환자가 견적서의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왜 이 항목이 들어갔는지 설명할 수 있는 곳이 유리해집니다.

제가 2년 동안 하던 일

사실 이 기능은 새로운 발상이 아닙니다.

제가 치과 영업을 하던 시절,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받던 질문의 상당수가 견적서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이 오고, "이거 무슨 뜻이야?"가 따라왔습니다.

그러면 제가 아는 범위에서 항목을 하나씩 풀어 설명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반응이 컸습니다.

 

답을 원해서 물어본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다만 저 혼자서는 하루에 몇 명밖에 못 했습니다.

 

그 일을 앱으로 옮긴 게 견적서 풀이입니다.

 

 


 

김지태. (주)희온컴퍼니 대표.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 넘게 현장 영업을 하며 500곳이 넘는 치과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치과 전용 플랫폼 '치카픽'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