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지

환자들이 원한 건 가격이 싼 치과가 아니었다

chikapick 2026. 9. 3. 22:10

퇴사를 결심하기 2년 전, 저는 제가 시장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10년 넘게 치과 영업을 하면서 원장님들의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개원 준비부터 장비 선택, 재료 단가, 직원 채용, 매출 고민까지. 진료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웬만한 건 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시장의 한쪽 이야기만 듣고 있었던 겁니다.

 

환자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기실에서는 알 수 없는 것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치과에 방문할 때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분들이 계셨으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말을 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대기실의 환자는 이미 그 치과를 선택한 사람입니다.

왜 다른 곳을 포기했는지, 오기 전에 무엇을 검색했는지, 어떤 점이 불안했는지는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해줄 이유도 없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치과에 오기 전의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카톡방과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치과 관련 질문이 오가는 오픈 카톡방과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서,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답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진단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 영역이 아니니까요. 대신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견적서의 항목이 왜 나뉘는지, 재료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어떤 걸 물어봐야 하는지.

그렇게 2년을 했습니다.

목적은 홍보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 질문의 총량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틀렸습니다

시작할 때 저는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환자가 원하는 건 결국 가격일 거라고.

 

10년 동안 임플란트 가격이 150만 원에서 19만 원까지 무너지는 걸 지켜본 사람의 결론이었습니다.

시장이 그렇게 굴러갔으니 환자도 그걸 원한다고 믿었습니다.

틀렸습니다.

물론 가격을 묻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계속 받다 보니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발견 1.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틀린 정보의 양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가 확신에 찬 말투로 공유되고 있었고, 그걸 그대로 믿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오해가 여러 방에서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정보가 깨끗하지 않으면 불신이 쌓입니다.

 

어떤 말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으니, 사람들은 결국 "치과는 원래 다 그렇다"는 결론으로 갑니다.

성실하게 설명하는 치과까지 같이 의심받습니다.

이건 환자에게도, 치과에게도 손해였습니다.

발견 2. 그런데 환자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이게 저에게는 진짜 반전이었습니다.

돌아다니는 정보 중에는 맞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흡수하고 있었습니다.

  • 임플란트에 정품 지대주가 들어가는지 묻는 분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 골드 크라운은 금 함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걸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었습니다
  • 치과 치료는 한 번 하면 10년을 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진료실 안에서나 오가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먼저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걸 덴탈 아이큐가 높아졌다고 표현합니다.

정보가 넘치면서 잘못된 것도 늘었지만, 동시에 환자의 기준도 함께 올라간 겁니다.

시장을 한쪽 방향으로만 보고 있던 저에게는 예상 밖의 발견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원한 건 무엇이었나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정품 지대주를 묻는 사람은 싼 임플란트를 찾는 게 아닙니다.

 

제값을 내더라도 제대로 된 걸 받고 싶은 사람입니다.

10년을 간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당장 20만 원 아끼는 것보다 5년 뒤에 다시 하지 않는 쪽을 택합니다.

 

이들이 원한 건 신뢰할 수 있는 진료였습니다.

문제는, 그런 치과를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

기준이 생긴 사람은 그에 맞는 치과를 찾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방법이 없었습니다.

검색하면 광고가 먼저 나오고, 비교할 수 있는 건 가격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했느냐면, 카톡방과 카페에 들어와 불특정 다수에게 물었습니다.

"○○동인데 여기 괜찮은 치과 아시는 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치과를 찾는 방식입니다.

 

어떤 분들은 직접 서너 곳을 돌며 검진을 받고 비교했습니다. 이른바 치과 쇼핑입니다.

시간과 체력을 써서 정보 비대칭을 스스로 뚫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저는 알게 됐습니다. 이 일을 대신해 주는 플랫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가격을 비교해주는 곳은 있었습니다.

광고를 대신 뿌려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상태와 조건에 맞는 치과는 어디인가"에 답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2년의 결론

환자들은 이미 자신의 니즈를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도 알기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건 환자의 의지가 아니라, 그 질문을 받아줄 구조였습니다.

 

결국 환자들에게 필요했던 건 가격표가 아니라 치과 진료의 기준이었습니다.

 

거리와 증상과 나이와 예산과 전문 분야를 한꺼번에 고려해서, 자기에게 맞는 곳을 찾는 기준.

제가 2년 동안 카톡방에서 하나씩 해주던 게 바로 그 일이었습니다.

 

그걸 앱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김지태. (주)희온컴퍼니 대표.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 넘게 현장 영업을 하며 500곳이 넘는 치과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치과 전용 플랫폼 '치카픽'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