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지

잠실의 스터디룸, 김밥 그리고 어렴풋한 생각들

chikapick 2026. 8. 29. 20:30

퇴사를 결심한 뒤에도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확신은 있었지만 그 확신을 어떻게 서비스로 옮겨야 할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주 한 번, 잠실의 스터디룸을 빌렸습니다.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평일 저녁 8시에 모여 자정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다들 낮에는 각자 하던 일이 있었으니 밤 시간밖에 낼 수 없었습니다.

저녁을 챙겨 먹을 여유도 없어서 스터디룸에 김밥을 사 들고 들어가는 게 매주 반복됐습니다.

네 시간 동안 김밥을 우물거리며 의견을 내고 수정하는 게  그 시절 저희의 루틴이었습니다.

 

머릿속에는 각자 어렴풋한 생각들이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명확한데, 그걸 기능이라는 형태로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던지면 나머지가 "그게 실제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붙잡고 늘어지는 식으로 회의가 흘러갔습니다.

두 개의 생각이 형태를 갖추던 순간

그 중 하나는 가족 다이어리였습니다.

 

우리는 치아치료 기록을 알고 있나?

우리 아이의 유치는 언제 빠졌지?

이런 걸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그럼 그 기록을 앱이 대신 챙겨주면 되지 않나"로 넘어갔습니다.

이건 지금까지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기능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문의 사전소견이었습니다.

환자가 치과 가기 전에 자기 상태를 미리 이해하고 갈 수 있다면 상담이 훨씬 수월해질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아이디어는 이후 여러 번 형태를 바꾸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따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결과물보다 남은 것

돌아보면 그 스터디룸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지금 그대로 남은 것도 있고, 완전히 다시 설계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남은 건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매주 그 시간에 모여 앉아 있었던 했던 반복적이 사고였던 것 같습니다.

이 기능이 구현될까? 

이 기능은 필요할까?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확신만 갖고 치카픽이 구체적인 서비스를 그릴 수 있게 된 건, 결국 그 반복적인 사고였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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