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지 6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청년전용창업자금이라는 것)

법인을 세우고 나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통장 잔고였습니다. 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매출은 없었고, 매달 나가는 돈은 있었습니다. 사무실 임차료, 개발 외주비, 그리고 저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생활이 걸려 있었습니다. 투자를 받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였습니다. 증명할 매출도, 보여줄 사용자 지표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를 설득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정책자금이었습니다. 정책자금이라는 낯선 단어 정책자금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저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 대출도 아니고, 정부가 돈을 빌려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온갖 종류의 정책자금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창업일지 2026.09.29

주식회사 희온컴퍼니가 만들어지기까지

주식회사 희온컴퍼니가 만들어지기까지법인을 만드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렵거나 대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지금 돌아보면 절차 자체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는 일에 가까웠습니다.그런데 처음 하는 입장에서는 달랐습니다.두근거렸고, 생각할 것이 많았고, 무엇보다 이걸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첫 출근한 신입사원이 복사기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나에게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법인은 하나의 인격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가장 먼저 이해해야 했던 개념이 이것이었습니다. 법인은 말 그대로 법이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존재입니다.이름이 있고, 주소가 있고, 재산이 있고,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제가 하는 일이 서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격 하나를 ..

창업일지 2026.09.22

덴탈온에서 치카픽까지, 상표를 출원하며 배운 것

명함 상자를 뜯던 날명함이 도착했습니다. 상자를 열고 한 장을 꺼냈습니다.서비스명 이름과 제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덴탈온.10년 넘게 남의 회사 명함을 들고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이번에는 제 회사 이름이었습니다.그런데......그 명함은 한 번도 쓰지 못했습니다ㅜ 후보는 여덟 개였고, 전부 '덴탈'로 시작했습니다이름을 정하려고 카톡방에서 각자 후보를 제출 했습니다.덴탈로그. 덴탈브릿지. 덴탈온. 덴탈존. 덴탈커넥트. 덴탈픽. 덴탈챗. 덴탈링크.며칠을 두고 봤습니다.지웠다가 다시 적었습니다.소리 내어 발음해 보고,도메인을 검색해 보고, 로고로 그려지는지 상상해 봤습니다. 지금 이 목록을 다시 보면 그때 저희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가 그대로 보입니다.여덟 개가 전부 '덴탈'로 시작합니다. 당연한 ..

창업일지 2026.09.08

환자들이 원한 건 가격이 싼 치과가 아니었다

퇴사를 결심하기 2년 전, 저는 제가 시장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10년 넘게 치과 영업을 하면서 원장님들의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개원 준비부터 장비 선택, 재료 단가, 직원 채용, 매출 고민까지. 진료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웬만한 건 안다고 자신했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이 시장의 한쪽 이야기만 듣고 있었던 겁니다. 환자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대기실에서는 알 수 없는 것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치과에 방문할 때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분들이 계셨으니까요.마음만 먹으면 말을 걸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대기실의 환자는 이미 그 치과를 선택한 사람입니다.왜 다른 곳을 포기했는지, 오기 전에 무엇을 검색했는지,..

창업일지 2026.09.03

잠실의 스터디룸, 김밥 그리고 어렴풋한 생각들

퇴사를 결심한 뒤에도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확신은 있었지만 그 확신을 어떻게 서비스로 옮겨야 할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그래서 저희는 매주 한 번, 잠실의 스터디룸을 빌렸습니다.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평일 저녁 8시에 모여 자정까지 앉아 있었습니다.다들 낮에는 각자 하던 일이 있었으니 밤 시간밖에 낼 수 없었습니다.저녁을 챙겨 먹을 여유도 없어서 스터디룸에 김밥을 사 들고 들어가는 게 매주 반복됐습니다.네 시간 동안 김밥을 우물거리며 의견을 내고 수정하는 게 그 시절 저희의 루틴이었습니다. 머릿속에는 각자 어렴풋한 생각들이 떠다니고 있었습니다.문제는 명확한데, 그걸 기능이라는 형태로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능력이 필요했습니다.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던지면 나머지가 "그게 실제로 어떻게 작..

창업일지 2026.08.29

저는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나왔습니다.

어떠한 일에 확신이 든 것과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잘하는 일이었고, 안정적인 자리였습니다.그런데도 저는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일한 뒤,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스물다섯, 남양주 진접의 작은 원장실체어 한 대를 팔겠다고 남양주 진접의 작은 치과 원장실에 앉아 있었습니다.전 영업사원이었고, 제 나이 스물다섯이었습니다. 계약서도 제대로 쓸 줄도 몰랐습니다. 원장님은 서류도 서툰 저에게 첫 계약을 내주셨습니다.원장실을 나와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심장이 뛰었습니다. 치과계에 대해 이해하는데 몇 해가 걸렸고, 그 자리에서 10년을 더 보내고 나서야 저는 그날 원장님이 내주신 계약이 어떤 시장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원장님들은 전부 부자가 아니었다!막연히 치과 원장님..

창업일지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