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픽 13

"지금 바로 진료 가능한 병원"을 만든 이유

예약 시스템을 만들면서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예약이라는 건 늘 채워지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캘린더에 빈칸이 하나씩 채워지고, 병원은 그만큼 매출을 올리는 그림이 익숙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병원들을 만나다 보면, 정반대의 순간도 자주 봤습니다. 예약이 갑자기 비는 순간입니다. 예약은 비기도 합니다 환자가 갑자기 일정이 안 맞아 취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못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꽉 차 있던 오후 시간이, 당일 아침 문자 한 통으로 텅 비어버리는 일이 흔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그냥 빈 시간으로 남습니다. 한 시간이 비면 그 시간에 벌 수 있었던 매출이 그대로 사라집니다. 병원의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체어 하나, 의료진 ..

치카픽 만들기 2026.09.30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청년전용창업자금이라는 것)

법인을 세우고 나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통장 잔고였습니다. 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매출은 없었고, 매달 나가는 돈은 있었습니다. 사무실 임차료, 개발 외주비, 그리고 저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생활이 걸려 있었습니다. 투자를 받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였습니다. 증명할 매출도, 보여줄 사용자 지표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를 설득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정책자금이었습니다. 정책자금이라는 낯선 단어 정책자금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저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 대출도 아니고, 정부가 돈을 빌려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온갖 종류의 정책자금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창업일지 2026.09.29

치실과 치간칫솔, 굳이 둘 다 써야 할까

치실과 치간칫솔, 굳이 둘 다 써야 할까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둘 다 쓰는 것이 정답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잇몸 상태에 맞는 하나를 제대로 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치실과 치간칫솔은 같은 일을 하는 두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을 맡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무엇이 더 좋은가의 문제가 아닙니다.내 치아 사이에 지금 무엇이 있는가의 문제입니다.칫솔만으로는 왜 부족할까치아 하나에는 면이 다섯 개 있습니다.바깥쪽, 안쪽, 씹는 면, 그리고 앞뒤로 옆 치아와 맞닿는 면 두 개입니다. 칫솔모가 닿을 수 있는 곳은 이 중 세 개뿐입니다.옆 치아와 붙어 있는 두 면에는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아무리 오래 닦아도, 아무리 좋은 칫솔을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충치와 잇몸병..

주식회사 희온컴퍼니가 만들어지기까지

주식회사 희온컴퍼니가 만들어지기까지법인을 만드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렵거나 대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지금 돌아보면 절차 자체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는 일에 가까웠습니다.그런데 처음 하는 입장에서는 달랐습니다.두근거렸고, 생각할 것이 많았고, 무엇보다 이걸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첫 출근한 신입사원이 복사기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나에게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법인은 하나의 인격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가장 먼저 이해해야 했던 개념이 이것이었습니다. 법인은 말 그대로 법이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존재입니다.이름이 있고, 주소가 있고, 재산이 있고,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제가 하는 일이 서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격 하나를 ..

창업일지 2026.09.22

치아에 금이 갔다는데 사진에는 안 보인다는 말

치아에 금이 갔다는데 사진에는 안 보인다는 말치아에 금이 갔다는 설명을 듣고 엑스레이를 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이때 많은 분들이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십니다.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는 거지.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치아의 금은 엑스레이에 잘 안 보이는 것이 정상입니다.안 보인다는 사실은 금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엑스레이라는 장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이 사실을 알고 계시면 치과에서 듣는 설명이 완전히 다르게 들립니다.엑스레이는 무엇을 보는 장비일까엑스레이는 사진기가 아닙니다.물체를 통과한 방사선의 양 차이를 기록하는 장비입니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곳은 방사선이 잘 통과하지 못해 하얗게 나오고, 무르고 밀도가 낮은 곳은 잘 통과해서 검게 나옵니다.충치가 검게 보이는 ..

구인 공고를 올려도 지원자가 오지 않는 진짜 이유

구인 공고를 올려도 지원자가 오지 않는 진짜 이유지원자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지원자가 우리 공고를 읽고 걸렀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그런데 구인난을 시장 탓으로만 돌리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사람이 없는 것과 우리 병원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후자는 병원이 바꿀 수 있는 문제입니다.인력이 정말 없는 것일까부분적으로는 사실입니다.치과위생사 면허를 가진 사람의 수와 실제로 치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수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은 치과계에서 오래 지적되어 온 문제입니다.면허는 있지만 현장을 떠난 인력이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석입니다.이 격차는 인력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인력이 현장을 떠났다는 증거입니다.없어서 못 ..

치과계 이야기 2026.09.21

장비를 바꾸면 매출이 오를까

장비를 바꾸면 매출이 오를까먼저 답부터 드리겠습니다.대부분의 경우 오르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장비는 매출을 만들지 않습니다.장비는 이미 존재하던 수요를 더 잘 처리하게 해줄 뿐입니다.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장비를 들이면, 매출은 그대로인데 고정비만 늘어난 병원이 됩니다. 치과 영업하며 느껴온 바입니다.장비를 팔던 사람이 장비를 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장비를 들인 뒤 눈에 띄게 달라진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사이에는 아주 일관된 차이가 하나 있었습니다.장비는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못 바꿀까장비가 확실히 바꾸는 것이 있습니다. 진료 시간이 줄어듭니다.정확도가 올라갑니다.재작업이 줄어듭니다..

치과계 이야기 2026.09.20

찬물에 이가 시린 이유가 하나가 아닌 이유

찬물에 이가 시린 이유가 하나가 아닌 이유이가 시리다는 것은 병의 이름이 아니라 증상의 이름입니다.열이 난다는 말이 감기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그래서 시린이 치약 하나로 모든 시림을 해결하려는 접근은 처음부터 절반쯤 틀린 방법입니다. 시림에는 최소한 네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원인이 있고, 원인마다 해야 할 일이 완전히 다릅니다.어떤 것은 그냥 두고 지켜봐도 되지만 어떤 것은 미룰수록 치료 범위가 커집니다.그 구분을 스스로 해볼 수 있게 정리해 보겠습니다.애초에 이는 왜 시릴까치아 바깥은 법랑질이라는 단단한 층이 덮고 있습니다.이 층에는 신경이 없습니다.그 안쪽에 상아질이 있는데, 상아질에는 아주 가는 관이 신경 쪽을 향해 무수히 뻗어 있습니다. 이 관 안은 액체로 채워져 있습..

어플을 소개하며 원장님들께 들은 말들

어플을 소개하며 원장님들께 들은 말들오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원장님을 뵙고 왔습니다.치카픽을 만들기 시작한 초기부터 화면 하나하나를 봐주시고 첨삭까지 해주셨던 분입니다.이번에는 방향이 바뀐 앱을 들고 갔습니다. 가장 먼저 드려야 할 말이 있었습니다.메인 기능이었던 전문의 소견을 뺐다는 이야기였습니다.가장 자신 있던 기능을 뺐다고 말씀드렸습니다이 결정에 대해서는 앞의 두 글에서 이미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그럼에도 직접 말씀드리는 자리는 또 다른 무게가 있었습니다.초기부터 함께 봐주신 기능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무엇을 채웠는지를 설명드렸습니다.소견을 빼고 정보를 강화했다는 것, 그리고 그 정보가 어떤 구조로 들어가는지를 치과 소개 페이지를 열어서 직접 보여드렸습니다. 치카픽의 치과 상세 페이지에는 병원 소..

치카픽에 리뷰를 넣지 않은 이유

치카픽에 리뷰를 넣지 않은 이유치카픽에는 별점이 없습니다.후기 게시판도 없습니다.치과를 찾는 앱을 만들면서 리뷰를 빼는 것은 상식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그럼에도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리뷰는 나쁜 것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인데, 저희가 하려는 일은 걸러내기가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리뷰는 원래 무엇을 하는 장치일까리뷰가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습니다.음식점, 숙소, 공산품처럼 누가 이용해도 결과가 비슷하고, 이용자가 결과의 좋고 나쁨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 조건에서 리뷰는 강력합니다.여러 사람의 평가가 쌓이면 평균으로 수렴하고, 심하게 나쁜 곳은 자연스럽게 걸러집니다.리뷰의 본질은 최악을 피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치과는 이 조건에 잘 맞지 않습니다. 먼저..

치카픽 만들기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