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을 세우고 나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통장 잔고였습니다.
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매출은 없었고, 매달 나가는 돈은 있었습니다.
사무실 임차료, 개발 외주비, 그리고 저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생활이 걸려 있었습니다.
투자를 받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였습니다.
증명할 매출도, 보여줄 사용자 지표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를 설득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정책자금이었습니다.
정책자금이라는 낯선 단어
정책자금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저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 대출도 아니고, 정부가 돈을 빌려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온갖 종류의 정책자금이 쏟아져 나오는데,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찾아보니 은행 대출이 아니라 정부 산하 기관이 직접 심사해서 빌려주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제 상황에 정확히 맞는 것이 있었습니다.
청년전용창업자금.
이름부터 저를 위한 것 같았습니다.
이게 뭔지부터 정리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운영하는 자금이었습니다.
대표자가 만 39세 이하이고,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이 안 된 기업이 대상이었습니다.
저는 해당되었고, 법인은 2025년 11월에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요건에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한도는 기업당 최대 1억원, 금리는 연 2.5% 고정이었습니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거치기간을 포함해 상환 기간이 최대 6년까지 주어진다는 점도 컸습니다.
당장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매출이 없는 초기 단계에는 숨통을 틔워주는 조건이었습니다.
신청은 생각보다 단순했지만,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절차는 이랬습니다.
1. 중진공 홈페이지에서 사전상담을 예약합니다.
2. 온라인으로 간단한 자가진단을 거칩니다.
3. 담당자와 상담을 진행합니다.
4. 결격 사유가 없으면 정식으로 자금 신청 권한이 주어지고, 사업계획서와 서류를 제출합니다.
5. 현장평가와 발표평가를 거쳐 대출 여부가 결정됩니다.
말로 정리하면 다섯 줄이지만, 실제로는 각 단계마다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전상담 예약 자체가 매월 초에 열리고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경우가 많아서, 예약 창이 열리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부터가 하나의 관문이었습니다.
서류를 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사업계획서에는 숫자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으려고 했습니다.
"매출이 늘어날 것이다" 같은 문장 대신, 이 돈을 어디에 얼마씩 쓸지를 항목별로 정리했습니다.
개발 외주비에 얼마, 서버 비용에 얼마, 초기 마케팅에 얼마를 쓸 것인지 하나하나 적었습니다.
발표평가 자리에서는 치과 현장을 다니며 봐온 치과 시장의 문제를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숫자로 증명할 매출은 없었지만, 이 시장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가까이서 봐왔는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만 받은게 아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도 보증부 대출을 받았습니다.
중진공 청년전용창업자금 1억원과 기보 대출 1억원, 합쳐서 총 2억원을 정책자금으로 확보했습니다.
두 기관은 심사 방식도, 봐야 할 서류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중진공은 대표자의 나이와 업력 같은 자격 요건을 먼저 확인한 뒤 사업계획을 봤고, 기보는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사업모델의 성장 가능성을 더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같은 사업계획서라도 어느 기관에 내느냐에 따라 강조해야 할 부분이 달랐습니다.
동시에 준비하다 보니 서류 작업만으로도 벅찬 시기였습니다.
밤늦게까지 서류를 정리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개발팀과 미팅을 하고, 그 사이사이 상담 일정을 맞추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 과정을 지나고 나니, 한 곳만 두드리는 것보다 여러 창구를 함께 알아보는 게 낫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쪽에서 시간이 지체되어도 다른 쪽에서 진행이 되고 있으면, 자금이 완전히 끊기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께
저도 처음에는 정책자금이라는 게 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만 39세 이하이고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셨다면, 청년전용창업자금부터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다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신청 시기가 지나면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미루지 말고 지금 중진공 홈페이지에서 자가진단부터 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세부 요건은 시기마다 조정될 수 있으니, 신청 전에 중진공 공식 안내로 최신 내용을 꼭 다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이 정책이 있었기에 개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정책자금은 저에게 투자 유치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사준 돈이었습니다.
김지태. (주)희온컴퍼니 대표.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 넘게 현장 영업을 하며 500곳이 넘는 치과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치과 전용 플랫폼 '치카픽'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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