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희온컴퍼니가 만들어지기까지
법인을 만드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렵거나 대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절차 자체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처음 하는 입장에서는 달랐습니다.
두근거렸고, 생각할 것이 많았고, 무엇보다 이걸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첫 출근한 신입사원이 복사기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나에게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법인은 하나의 인격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했던 개념이 이것이었습니다.
법인은 말 그대로 법이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존재입니다.
이름이 있고, 주소가 있고, 재산이 있고,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서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격 하나를 세상에 등장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할 수도 있었습니다.
훨씬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그럼에도 법인을 택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치카픽은 처음부터 저 혼자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시작한 동료들이 있었고, 그 관계를 말이 아니라 구조로 정리해두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투자를 받는다면 그때도 법인이어야 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을 하는 일이니, 그 사람이 어디에 살고 무엇을 가지고 누구의 것인지를 정해야 했습니다.
실제 절차도 정확히 그 순서였습니다.
첫 번째, 이름을 정하는 일
이름부터 정했습니다.
희온컴퍼니. 기쁠 희와 따뜻할 온을 붙였습니다.
따뜻한 기쁨이라는 뜻입니다.
치과에 간다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기쁜 일이 아닙니다.
무섭고 부담스럽고 미루고 싶은 일입니다.
그 자리를 조금이라도 덜 차갑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이름에 담겼습니다.
이름을 정한 다음에는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같은 관할 안에 같거나 비슷한 상호가 이미 등기되어 있으면 쓸 수 없습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상호를 검색해 확인했습니다.
이 단순한 검색 한 번에 마음이 꽤 졸였습니다.
이름을 정하는 데 오래 걸렸던 만큼 못 쓰게 될까 봐 걱정했습니다.
이름은 나중에 상표 출원으로 이어졌는데, 그 과정은 앞선 글에서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두 번째, 주소를 마련하는 일
법인에는 주소가 필요했습니다.
본점 소재지입니다.
그런데 사무실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스터디룸을 빌려 쓰거나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집 주소로 할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회사가 제 생활 안에 얹혀 있는 상태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유 오피스의 작은 방을 계약했습니다.
그래도 첫 사무실이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던 날의 기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것으로 본점에 대한 준비가 끝났습니다.
세 번째, 자본금과 지분을 정하는 일
가장 어려웠던 단계입니다.
먼저 자본금을 정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이었고, 큰돈이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을 모은 동료들과 함께 자본금을 모았습니다.
여기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본금은 크다고 좋은 것도, 작다고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등기할 때 내는 등록면허세가 자본금을 기준으로 계산되고,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안에서 설립하면 그 세액이 중과된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어야 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직접 찾아보며 하나씩 배웠습니다.
그다음이 지분이었습니다.
법인은 자본금을 주식으로 나누고, 그 주식을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주주는 지분만큼 의결권을 갖고 회사에 대한 권리를 갖습니다.
숫자를 적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 명 한 명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자 기여한 방식이 달랐고, 앞으로 맡을 역할도 달랐고, 무엇보다 이 일을 바라보는 마음의 크기가 저마다 달랐습니다.
그것을 숫자 하나로 정리해야 했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문제였기에 크고 작은 진통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습니다.
돈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관계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한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치카픽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각자 원하는 조건은 달랐지만 목적지는 같았습니다.
그 공통점이 있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 과정을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생각합니다.
나중에 말할 수도 있었던 것을 처음에 말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서류를 만드는 일
정관을 작성했습니다.
회사의 기본 규칙을 정하는 문서입니다.
상호, 목적, 발행할 주식의 총수, 본점 소재지, 임원 구성 같은 것들이 들어갑니다.
사업 목적을 적는 칸에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지금 하려는 일만 적을지, 앞으로 할 수도 있는 일까지 적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추가하려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해서 조금 넓게 적었습니다.
정관을 쓰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회사의 규칙을 먼저 쓰고 있다는 것이 그랬습니다.
태어나기 전에 이름과 성격을 정해두는 것 같았습니다.
그다음 자본금을 실제로 납입했습니다.
은행에 돈을 넣고 증명 서류를 받았습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는데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이어서 임원을 선임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모아 관할 등기소에 설립등기를 신청했습니다.
다섯 번째, 등기와 사업자등록
등기를 신청하고 나서는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며칠 뒤 법인등기부등본을 받았습니다.
종이 한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를 손에 쥐었을 때의 감정이 예상과 달랐습니다.
기쁨보다 먼저 온 것은 책임감이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모를 두려움이었습니다.
등기가 끝난 뒤에는 세무서에 가서 법인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법인 인감을 등록하고, 법인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들도 각각 처음이었습니다.
서류를 하나 뗄 때마다 무엇에 쓰는 것인지 물어가며 진행했습니다.
그날 느낀 감정
사업자등록증과 법인등기부등본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의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제 회사가 있다는 사실보다, 이제 이 회사가 하는 모든 일에 이름이 남는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으로 일할 때는 잘못해도 저 하나의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동료들의 지분이 걸려 있고, 앞으로 입점할 병원들과의 계약이 이 이름으로 이루어집니다.
두려움의 정체가 그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시작한 일에 처음으로 형태가 생긴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나 배운 것
법인을 만들고 나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서류상 회사가 생긴 날과 실제로 사업이 시작된 날은 다릅니다.
등기가 나온 날, 저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공유 오피스의 작은 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매출은 없었고 앱은 아직 완성 전이었고 입점한 병원도 없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이름이 생겼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법인 설립은 시작이 아니었습니다.
시작할 자격을 갖추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격을 갖추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고, 그 자격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일은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혹시 지금 법인 설립을 앞두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절차 자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알아보면 다 나오고, 순서대로 하면 됩니다.
김지태. (주)희온컴퍼니 대표.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 넘게 현장 영업을 하며 500곳이 넘는 치과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치과 전용 플랫폼 '치카픽'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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