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공고를 올려도 지원자가 오지 않는 진짜 이유
지원자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지원자가 우리 공고를 읽고 걸렀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인난을 시장 탓으로만 돌리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이 없는 것과 우리 병원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후자는 병원이 바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인력이 정말 없는 것일까
부분적으로는 사실입니다.
치과위생사 면허를 가진 사람의 수와 실제로 치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수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은 치과계에서 오래 지적되어 온 문제입니다.
면허는 있지만 현장을 떠난 인력이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석입니다.
이 격차는 인력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인력이 현장을 떠났다는 증거입니다.
없어서 못 뽑는 것과 떠나서 못 뽑는 것은 원인이 다릅니다.
떠난 이유가 급여만이라면 급여를 올려서 해결하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급여를 올려도 지원이 늘지 않는 병원이 많습니다.
이 지점이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공고는 광고가 아니라 필터입니다
병원은 공고를 광고로 씁니다.
좋은 점을 적고 지원을 기다립니다.
지원자는 공고를 필터로 씁니다.
여러 공고를 나열해놓고 지원하지 않을 곳을 먼저 지웁니다.
그리고 지우는 기준은 나쁜 정보가 아니라 없는 정보입니다.
치과 구인 공고를 늘어놓고 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급여는 면접 후 협의, 근무 시간은 대략, 업무는 진료 보조 및 데스크 업무.
이 세 줄이면 공고 하나가 끝납니다.
지원자 입장에서 이 공고는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보가 없을 때 사람은 최악을 가정합니다.
급여를 안 적었으면 낮은 것이고, 퇴근 시간을 안 적었으면 늦는 것이고, 업무 범위를 안 적었으면 다 시키는 곳이라고 읽습니다.
억울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급여도 나쁘지 않고 퇴근도 제시간에 하는 병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원자는 그 사실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공고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원자가 실제로 알고 싶어 하는 것
경력자가 이직을 검토할 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급여가 아닙니다.
급여는 대략의 시세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정작 알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몇 명이 일하는 병원인가.
스태프 구성이 어떻게 되는가.
진료 과목의 비중은 어떻게 되는가.
임플란트 위주인지 보존과 예방 위주인지에 따라 하루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데스크와 진료실 업무가 분리되어 있는가.
마지막 예약이 몇 시고 실제 퇴근은 몇 시인가.
그리고 이 자리가 왜 비었는가.
이 중 어느 것도 공고에 적으면 안 되는 정보가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고에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이 정보들이 적힌 공고는 시장에서 눈에 띕니다.
조건이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준 유일한 공고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본 사례
치과 영업을 하며 여러 병원의 인력 상황을 옆에서 봤습니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경우가 있습니다.
지역도 규모도 비슷한 두 병원이 있었습니다.
한 곳은 늘 사람이 부족해 공고가 상시로 올라와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채용 공고를 올리면 며칠 안에 마감됐습니다.
급여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지원이 잘 되던 병원은 공고에 스태프 수, 진료 과목 비중, 하루 평균 환자 수, 실제 퇴근 시간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자리가 빈 이유까지 적었습니다.
결혼으로 지역을 옮기게 된 직원의 후임이라는 식이었습니다.
원장님께 왜 이렇게까지 적으시냐고 여쭤봤습니다.
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차피 면접에서 다 물어볼 것이고, 숨겨서 뽑으면 3개월 안에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이 문제의 답이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용은 유입이 아니라 잔류의 문제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원자가 없는 병원의 상당수는 사실 채용을 자주 하는 병원입니다.
자주 뽑는다는 것은 자주 나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소문은 생각보다 빨리 퍼집니다.
지역 치과계는 좁고, 스태프들 사이의 연결은 원장님들 사이의 연결보다 촘촘한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자리에 반복해서 공고가 올라오면 그 자체가 신호가 됩니다.
왜 계속 사람이 나가는 자리인지를 묻게 됩니다.
그래서 채용이 안 되는 병원의 문제는 채용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실장님이 지치는 이유가 환자가 많아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앞선 글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같은 구조입니다.
사람이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온 사람이 남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들어오는 문을 넓히려 애쓰는 동안 나가는 문이 열려 있으면, 채용 공고는 계속 올라갑니다.
그러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세 가지를 제안드립니다.
첫째, 공고에 숫자를 넣으십시오.
급여 범위, 스태프 수, 진료 시간, 실제 퇴근 시간, 하루 평균 환자 수입니다.
협의라는 단어는 정보가 아닙니다.
둘째, 자리가 빈 이유를 적으십시오.
확장이든 결원이든 사실대로 적는 편이 낫습니다.
지원자는 어차피 그것을 추측합니다.
추측하게 두면 나쁜 쪽으로 추측합니다.
셋째, 최근 1년간 퇴사한 직원과 그 이유를 정리해 보십시오.
이건 공고에 적을 내용이 아니라 원장님이 보셔야 할 내용입니다.
여기에 패턴이 있다면, 공고를 아무리 잘 써도 같은 자리가 다시 비게 됩니다.
결론
구인난이라는 단어는 편리합니다.
원인을 시장에 두면 병원이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장에서 어떤 병원은 며칠 만에 사람을 뽑습니다.
시장이 같다면 차이는 병원에 있습니다.
지원자는 정보가 없는 공고를 위험하다고 읽습니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원할 이유는 없습니다.
선택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숨기는 것이 유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정보를 열어야 지원이 들어오고, 알고 들어온 사람이 남습니다.
공고를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지원자의 눈으로 읽으면, 우리가 무엇을 안 적었는지가 먼저 보일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시선을 돌려, 회사를 만들면서 제가 처음 겪었던 일들을 기록해 보겠습니다.
김지태. (주)희온컴퍼니 대표.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 넘게 현장 영업을 하며 500곳이 넘는 치과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치과 전용 플랫폼 '치카픽'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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