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포화라고 하는데
개원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포화다, 레드오션이다, 이제 늦었다.
근거를 물어보면 대개 체감입니다.
근처에 몇 개가 새로 생겼다,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숫자를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예상과 정반대 결과를 봤습니다.
치과는 늘어나는 게 아니라 줄고 있었습니다.
신규 개원은 20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치의신보가 전국 의원 인허가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치과의원 신규 인허가는 2005년 1,011곳에서 2025년 432곳으로 줄었습니다. 20년 사이 57.3퍼센트 감소입니다.
5년 단위로 보면 흐름이 더 분명합니다.
| 2001~2005년 | 4,410곳 |
| 2006~2010년 | 4,879곳 (정점) |
| 2011~2015년 | 4,340곳 |
| 2016~2020년 | 3,534곳 |
| 2021~2025년 | 2,722곳 |
정점 대비 44.2퍼센트가 줄었습니다.
연도별로도 2010년 1,015곳, 2015년 804곳, 2020년 576곳, 2025년 432곳으로 계속 내려왔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연 900~1,000곳이던 신규 개원이 2020년대에는 400~600곳대로 떨어졌습니다.
공급이 줄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체감은 반대입니다.
이 간극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 답: 순증가가 사라졌습니다
신규만 보면 절반, 하지만 폐업도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 2005년 | 1,011곳 | 195곳 | +816 |
| 2015년 | 804곳 | 393곳 | +411 |
| 2020년 | 576곳 | 279곳 | +297 |
| 2025년 | 432곳 | 326곳 | +106 |
20년 전에는 한 해에 800곳 넘게 순증 했습니다.
지금은 100곳 남짓입니다.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시장이 안정됐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문을 여는 곳도 줄었지만 닫는 곳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입니다.
진입이 어려워졌고, 진입한 뒤에도 버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서울은 이미 역전됐습니다
치의신보가 심평원에서 받아 분석한 지역별 개·폐업 자료를 보면 서울의 상황이 특히 뚜렷합니다.
| 2021년 | 193곳 | 170곳 |
| 2022년 | 182곳 | 180곳 |
| 2023년 | 165곳 | 190곳 |
| 2024년 | 171곳 | 168곳 |
| 2025년 | 149곳 | 180곳 |
2023년에 이어 2025년에도 폐업이 신규를 앞섰고, 2025년 격차는 최근 5년 중 가장 큽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신규가 폐업을 계속 앞섰지만, 격차는 매년 좁혀졌습니다.
2021년 신규 268곳 대 폐업 120곳으로 두 배 이상이던 것이 2024년에는 188곳 대 147곳까지 붙었습니다.
5년 누적으로 보면 인천이 98곳으로 순증이 가장 컸고, 충북 57곳, 대구 55곳, 제주 54곳이 뒤를 이었습니다.
울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5곳 역성장했습니다.
개원의 무게중심이 이동했습니다.
전체 신규 개원 중 서울 비중은 2001~2005년 30.6퍼센트에서 2021~2025년 20.6퍼센트로 줄었고, 같은 기간 경기 비중은 26.1퍼센트에서 31.0퍼센트로 올랐습니다.
두 번째 답, 그리고 진짜 답
여기까지는 개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개수만으로는 체감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신규가 절반으로 줄었는데 왜 더 치열해졌을까요.
한 곳당 규모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영업 중인 치과의원 기준으로, 2001~2005년에 인허가받은 곳의 총면적 중앙값은 약 40.7평이었습니다.
2021~2025년에 인허가받은 곳은 약 63.6평입니다.
한 곳이 차지하는 크기가 1.5배가 됐습니다.
운영 시간도 늘었습니다.
병원명에 '365'가 들어간 치과의원은 2001~2005년 단 1곳이었는데, 2021~2025년에는 78곳입니다.
공동개원으로 근무일을 나눠 연중무휴로 돌리는 형태가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여기서 결론이 나옵니다.
개소 수는 경쟁 강도를 재는 단위가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치과가 열 곳에서 열한 곳이 됐다고 합시다.
개수로는 10퍼센트 증가입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한 곳이 예전 치과 1.5배 크기에 연중무휴로 돌아간다면,
실제로 늘어난 건 체어 수와 진료 가능 시간의 총량입니다.
이 총량은 개소 수보다 훨씬 빠르게 늘었습니다.
포화의 정체는 병원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같은 인구를 놓고 벌어지는 진료 시간의 총량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전국 단위로 포화인지 묻는 질문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치과 시장은 전국 시장이 아니라 반경 몇 킬로미터의 생활권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보고 나서 질문을 이렇게 바꾸시길 권합니다.
첫째, 우리 생활권에 최근 3년간 몇 곳이 들어오고 몇 곳이 나갔는가.
순증감이 개설 숫자보다 중요합니다.
둘째, 새로 들어온 곳의 규모가 어떤가.
개수보다 체어 수를 세는 편이 정확합니다.
셋째, 그 지역의 연령 구성은 어떤가.
2024년 12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3퍼센트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50년에는 40퍼센트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치과 수요의 상당 부분이 이 연령대와 맞물려 있습니다.
공급만 보고 판단하면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공개된 자료와 발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평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지역별 요양기관 수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서 인구를 받아 나누면 밀도가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이 숫자들에는 개원가 바깥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개원이 어려워지면 페이닥터로 근무하는 기간이 길어집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경력이 짧은 치과의사의 유예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 말은 환자를 실제로 보는 사람 중 봉직의 비중이 계속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환자가 병원을 고를 때 접하는 정보는 대부분 병원 이름과 가격입니다.
실제로 내 이를 볼 사람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숫자를 다 보고 나서 남는 생각은 이겁니다.
시장이 좁아진 게 아니라, 같은 시장 안에서 구별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김지태. (주)희온컴퍼니 대표.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 넘게 현장 영업을 하며 500곳이 넘는 치과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치과 전용 플랫폼 '치카픽'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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