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마케팅비 500만 원이 어디로 가는지 추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면, 왜 끊지 않을까.
10년 넘게 현장에서 원장님들을 만나면서 이 질문의 답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은 거의 같았습니다.
"나만 안 하면 나만 뒤처질 것 같아서."
돈이 아까운 걸 몰라서가 아니었습니다.
효과가 확실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무서워서였습니다.
이건 개별 원장님의 판단 문제가 아닙니다
요즘 들어서는, 마케팅비를 한 푼도 쓰지 않는 치과를 찾기가 어려워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적게는 월 300만 원, 많은 곳은 3,000만 원이었습니다.
이걸 두고 "원장님들이 판단을 잘못했다"라고 말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한 상권을 놓고 보면 구조가 이렇습니다.
- 옆 치과가 광고를 하고 우리가 안 하면, 우리만 손해
- 옆 치과가 안 하고 우리만 하면, 우리가 이득
- 둘 다 하면, 둘 다 비용만 늘고 원점
- 둘 다 안 하면, 둘 다 미지수
가장 좋은 결과는 마지막 칸입니다.
그곳 조차 미지수 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옆에서 안 할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모이면 전체가 손해를 보는 구조.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 판에서는 아무도 먼저 멈출 수 없습니다.
멈추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끊을 근거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광고를 중단했을 때 신환이 줄었다고 해봅시다.
그건...
광고 때문일까요? 계절 때문일까요? 옆 치과가 이벤트를 시작해서일까요? 실장님이 바뀌어서일까요?
알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신환이 그대로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효과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반박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에서 원장님이 중단을 결정하려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혼자 져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렇게 됩니다.
계속 쓰는 건 결정이 아니지만, 끊는 건 결정입니다.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고, 유지에는 따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확인되지 않은 지출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첫 번째 요구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마케팅 업체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격을 내리라는 것.
이유는 단순합니다. 광고에서 가장 확실하게 반응이 오는 게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설명은 광고에 담기 어렵고, 담아도 클릭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임플란트 단가가 내려갔습니다.
제가 본 범위에서 150만 원에서 200만 원 하던 것이 80만 원, 90만 원이 되고, 30만 원대가 현수막에 걸리고, 19만 원을 붙인 곳까지 나왔습니다.
임플란트가 그 정도였으니 나머지 진료의 수가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 무렵부터는 보험 진료비조차 제대로 청구하지 못하는 치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끝에 수혜자는 치과가 아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임플란트는 어떻게 19만원이 되었을까」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럼 어떻게 나오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광고를 끊으세요"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다음 달 매출을 책임지는 건 제가 아니라 원장님이니까요.
다만 구조를 보면 나갈 길의 조건은 보입니다. 세 가지입니다.
첫째, 측정 가능해야 합니다.
어떤 환자가 어디를 통해 왔고, 실제로 치료까지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확인이 되면 합리적인 결정이 됩니다.
지금은 유지도 중단도 근거 없이 하고 있습니다.
둘째, 가격이 아닌 것으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 경력, 전문분야, 진료 방향, 사후 관리처럼 깎을수록 손해가 아니라 쌓일수록 자산이 되는 것들입니다.
가격은 내리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위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셋째, 신환이 아니라 관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매달 새 환자를 사 오는 구조에서는 광고를 멈추는 순간 유입이 끊깁니다.
반면 한 명이 가족을 데려오고, 5년 뒤 다시 오는 구조라면 지출이 자산으로 바뀝니다.
제가 이 문제에서 확신하는 것 하나
수익성 높은 진료로 옮겨가고, 사후 관리나 보존 치료처럼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영역이 뒤로 밀리는 것.
저는 그것이 개별 원장님의 양심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설계된 판이었습니다.
판이 그렇다면 개인의 결심으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다른 판을 하나 더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치카픽을 창업했습니다.
김지태. (주)희온컴퍼니 대표.
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 넘게 현장 영업을 하며 500곳이 넘는 치과를 담당했습니다.
현재 치과 전용 플랫폼 '치카픽'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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