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픽에 리뷰를 넣지 않은 이유
치카픽에는 별점이 없습니다.
후기 게시판도 없습니다.
치과를 찾는 앱을 만들면서 리뷰를 빼는 것은 상식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리뷰는 나쁜 것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인데, 저희가 하려는 일은 걸러내기가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리뷰는 원래 무엇을 하는 장치일까
리뷰가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음식점, 숙소, 공산품처럼 누가 이용해도 결과가 비슷하고, 이용자가 결과의 좋고 나쁨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 조건에서 리뷰는 강력합니다.
여러 사람의 평가가 쌓이면 평균으로 수렴하고, 심하게 나쁜 곳은 자연스럽게 걸러집니다.
리뷰의 본질은 최악을 피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치과는 이 조건에 잘 맞지 않습니다.
먼저 같은 치료라도 사람마다 출발점이 다릅니다.
잇몸 상태, 뼈의 양, 남은 치아의 개수, 무는 힘이 전부 다릅니다.
조건이 나쁜 환자를 성실하게 치료한 결과와 조건이 좋은 환자를 무난하게 치료한 결과 중에 후자가 더 좋은 후기를 받습니다.
실력과 평가가 정 방향이 아니다.
다음으로 환자는 치료의 질을 직접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대기 시간, 응대 태도, 인테리어처럼 판단 가능한 것들이 평가를 지배합니다.
이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치료 결과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치과 후기는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어디까지가 실제 경험이고 어디부터가 만들어진 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용자들이 먼저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리뷰 기능을 넣었다면, 앱을 여는 순간 이용자가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이 리뷰가 진짜인가 하는 의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 무엇을 넣었을까
빈자리를 그냥 두지는 않았습니다.
두 가지로 대체했습니다.
첫째는 사실 데이터입니다.
진료 결과와 예약 건수입니다.
치카픽에서는 치료가 끝나면 그 결과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누군가의 감상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진료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가 숫자로 쌓입니다.
예약 건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좋았다 나빴다를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치과에서 이 진료가 실제로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별 다섯 개보다 이 정보가 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앞니 심미 치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이 치과가 친절하다는 평가가 아니라, 이 치과에서 그 진료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사실입니다.
둘째는 원장님이 직접 내세우는 특장점입니다.
치카픽의 치과 소개 페이지는 원장님이 직접 채웁니다.
어떤 진료에 집중하는지, 어떤 장비를 쓰는지, 어떤 방식으로 상담하는지, 치료 과정과 사후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병원이 직접 씁니다.
여기에 비용과 비용이 달라지는 이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범위, 대표적인 상황별 설명까지 함께 담깁니다.
이건 광고와 다릅니다.
광고는 잘한다고 말하는 것이고, 이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밝히는 것입니다.
앞의 글에서 봉직의 원장님 이름을 화면에 드러낸 이유를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같은 방향의 결정입니다.
누가 어떤 진료를 어떻게 하는지를 병원이 스스로 드러내게 만드는 것입니다.
걸러내기와 기준 세우기는 무엇이 다를까
여기가 핵심입니다.
걸러내기는 나쁜 것을 빼는 일입니다.
남는 것들 중에 무엇을 고를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별점 4.8과 4.7 사이에서 사람들이 헤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걸러내기가 끝난 자리에서는 선택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기준 세우기는 다릅니다.
내가 지금 어떤 치료가 필요하고, 그 치료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고, 이 병원이 그 조건에 맞는지를 판단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임플란트를 앞둔 사람에게 필요한 판단 기준과 아이 충치 치료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필요한 판단 기준은 다릅니다.
리뷰는 이 둘에게 같은 숫자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같은 숫자가 아니라 각자 다른 기준입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것은 좋은 치과를 가려내는 도구가 아닙니다.
나에게 맞는 치과를 찾게 하는 도구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
치과 영업을 하면서 원장님들에게 가장 자주 들은 고민 중 하나가 후기 관리였습니다.
진료에 쓰는 시간보다 온라인 평판에 쓰는 신경이 더 크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후기 관리에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을 쓰는 병원이 반드시 환자 만족도가 높은 병원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진료만 하는 곳이 재방문율은 더 높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평판을 관리하는 능력과 치료를 잘하는 능력은 다른 능력입니다.
리뷰 중심 구조에서는 전자가 후자를 이깁니다.
저희가 리뷰를 넣지 않기로 한 데에는 이 관찰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 선택의 대가도 알고 있습니다
리뷰가 없으면 초기에 앱이 심심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익숙하게 확인하는 신뢰 신호가 없기 때문입니다.
리뷰가 있는 서비스에 비해 첫인상에서 손해를 봅니다.
그럼에도 이 선택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앞서 저희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전문의 소견 기능도 스스로 뺀 적이 있습니다.
기능을 더하는 것보다 무엇을 넣지 않을지 정하는 일이 서비스의 성격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치카픽이 되고 싶은 것은 치과 순위표가 아닙니다.
치과에 가기 전에 무엇을 알고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순위표에는 리뷰가 필요하지만, 기준에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별점 하나 없는 치과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불편해 보이더라도, 이 불편이 저희가 하려는 일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결정을 실제로 원장님께 설명드리러 갔던 날의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가장 날카로운 반문 하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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