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이야기 18

동네 치과는 무엇으로 경쟁해야 할까

같은 무기로 싸우면 집니다체어 세 대짜리 동네 치과가 근처에 들어온 대형 치과와 경쟁하는 방법을 물어보시면, 대개 답이 하나로 모입니다.가격을 맞춰야 하나.그 방향으로 가면 정확히, 이기지 못합니다.규모가 큰 쪽은 구조적으로 유리한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재료와 장비의 구매 단가.물량이 다르면 단가가 다릅니다. 같은 제품을 쓰면서 원가에서 밀립니다. 광고 단가와 노출.예산 규모가 다르고, 전담 인력이 있고, 데이터가 쌓여 있습니다.같은 키워드에서 같은 자리를 놓고 붙으면 예산 싸움이 됩니다. 인력 풀.채용 채널과 교육 체계가 갖춰져 있습니다.사람이 나가도 메울 수 있습니다.이 세 가지 위에서 가격으로 붙으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낮춘 만큼 그대로 내 마진에서 나갑니다.상대는 그 정도를 감당할 체력이..

치과계 이야기 2026.09.11

환자가 병원을 바꾸는 진짜 순간

원장님들이 오해하시는 지점환자가 떠나면 대개 이렇게 정리됩니다. 치료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가격이 비쌌나 보다.옆에 새로 생긴 곳으로 갔나 보다. 현장에서 10년 넘게 본 이탈은 대체로 그 지점이 아니었습니다.환자는 진료가 실패했을 때 떠나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나갔을 때 떠납니다.이탈이 실제로 일어나는 네 곳1. 체어에서 일어난 직후, 데스크에서설명은 체어에서 끝났습니다.그런데 환자는 마취 중이었거나 긴장한 상태였습니다.들은 내용의 절반은 이미 흘러갔습니다. 그 상태로 데스크에 섭니다.숫자가 나옵니다.환자 머릿속에 남은 것은 "70만 원"뿐입니다. 왜 그 금액인지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가 나옵니다.2. 저녁 식탁에서비급여 상담이 ..

치과계 이야기 2026.09.09

실장님이 지치는 건 환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치과에 들어서면 원장님보다 먼저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데스크에 계신 실장님입니다.10년 넘게 치과를 돌면서, 저는 원장님보다 실장님과 더 많이 이야기했습니다.영업사원이 원장님을 붙잡고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으니까요.대기 시간에 데스크 앞에 서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이 보입니다.그리고 오래 본 결과, 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장님이 지치는 이유는 환자가 많아서가 아닙니다.같은 설명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가장 자주 본 장면은 이겁니다.진료실에서 원장님께 설명을 들은 환자가 데스크로 나옵니다.그런데 방금 들은 내용을 다시 묻습니다.실장님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합니다. 환자가 집에 갑니다.저녁에 자녀분이 전화를 겁니다.실장님이 수화기를 붙잡고 또 처음부터 설명합니다..

치과계 이야기 2026.09.07

신환 한 명에 15만 원, 이 숫자는 어떻게 계산된 걸까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숫자가 있습니다."요즘 신환 한 명 데려오는 데 15만 원은 든다."제가 담당했던 지역에서 원장님들께 들었던 범위는 대략 15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였습니다.지역과 진료 과목에 따라 편차가 컸고, 공식 통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오가던 체감 치입니다.그런데 이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계산 방식이 신환을 늘리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보통 이렇게 계산합니다가장 흔한 방식은 단순합니다.월 마케팅비 ÷ 그달의 신환 수 = 신환 1명당 비용 월 500만 원을 쓰고 신환이 33명이면 약 15만 원. 깔끔합니다.문제는 분자와 분모가 모두 부정확하다는 겁니다.분모의 문제 - 그 신환이 정말 광고로 왔나한 달에 들어온 신환 33..

치과계 이야기 2026.09.03

마케팅비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이전 글에서 마케팅비 500만 원이 어디로 가는지 추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면, 왜 끊지 않을까. 10년 넘게 현장에서 원장님들을 만나면서 이 질문의 답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은 거의 같았습니다."나만 안 하면 나만 뒤처질 것 같아서."돈이 아까운 걸 몰라서가 아니었습니다.효과가 확실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무서워서였습니다.이건 개별 원장님의 판단 문제가 아닙니다요즘 들어서는, 마케팅비를 한 푼도 쓰지 않는 치과를 찾기가 어려워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적게는 월 300만 원, 많은 곳은 3,000만 원이었습니다.이걸 두고 "원장님들이 판단을 잘못했다"라고 말하는 건 쉽습니다.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치과계 이야기 2026.09.01

개원 3년차가 가장 먼저 무너지는 이유

10년 넘게 치과 개원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발견한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폐업이나 매매가 가장 몰리는 시점이 개원 1년 차도, 5년 차도 아니라 대개 3년 차 즈음이라는 것입니다.대출 상환과 시설 재투자가 겹치는 지점개원 초기엔 대부분 거치 기간을 두고 대출을 받습니다.1~2년은 이자만 내다가 3년 차쯤부터 원금 상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조가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초기에 들여온 장비의 소모품 교체나 인테리어 리뉴얼 같은 재투자 비용이 겹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매출은 아직 안정 궤도에 오르지 않았는데, 나가는 돈은 오히려 늘어나는 구간인 셈입니다.오픈발이 끝나는 시점개원 초기엔 신규 개원 자체가 노출 효과를 만듭니다.지역 커뮤니티에 소문이 나고, 오픈 이벤트로 초진 환자가 몰립니다. 하지만..

치과계 이야기 2026.08.28

마케팅비 500만원은 실제로 어디로 갔을까

지난 글에서 마케팅 업체가 치과 시장에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의 판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돈을 매달 쓰고 있는 원장님들 중, 그 500만 원이 정확히 무엇에 쓰였는지 설명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았습니다.청구서는 오는데, 근거는 안 온다대부분의 계약은 이렇게 흘러갑니다.대행사가 "노출수", "클릭수", "전환율" 같은 지표가 담긴 리포트를 보내줍니다.숫자는 매달 채워집니다. 문제는 그 숫자가 실제로 체어에 앉은 환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원장님 입장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클릭이 100번 늘었다는 보고를 받아도, 그중 몇 명이 실제로 예약 전화를 했는지, 몇 명이 첫 상담 이후 다시 오지 않았는지는 원장님이 직접 데스크에 물어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대행사 리포트..

치과계 이야기 2026.08.27

임플란트는 어떻게 19만원이 되었을까 (10년간 지켜본 가격 붕괴의 구조)

가격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내려간 건 왜일까요?재료가 갑자기 싸진 것도 아닙니다.환자가 병원을 고르는 유일한 기준이 숫자 하나뿐이었고, 그 숫자 말고는 비교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임플란트 회사에서 10년간 현장 영업을 하며 직접 담당했던 500곳이 넘는 치과에서, 저는 이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150만 원에서 19만 원까지, 10년의 타임라인제가 처음 영업을 다니던 시기, 임플란트 가격은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였습니다.몇 년 뒤에는 80만 원, 90만 원이 흔한 가격이 됐고, 그다음엔 30만 원대가 현수막에 걸렸습니다.19만 원을 붙인 곳도 실제로 봤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원장님들의 진료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닙니다.치과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경쟁이 격화됐고, 대형 치과들은 몸..

치과계 이야기 2026.08.26